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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한 남자

천재드러머 2023. 2. 3. 08:33

결혼 6년차 해를 절반 정도 지나고 있을 때 즈음 기쁜 소식이 우리 부부에게 왔다.

임신.

사실 불임이니 난임이니 끝없는 주변 사람들의 불필요한 추측으로 고생 아닌 고생을 했던터라 충분히 계획하고 계획한 때에 맞게 아이를 가졌음에도 보란듯이 기뻤다.
(우리 부부의 러브스토리는 다음 주제를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부부 서로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늦은 편이었지만 사실 연예인들을 생각하면 우리는 완전 젊을 때 아이를 가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문제는 우리 부부가 연예인이 아니라는 사실 뿐이었다.

내 아내 '포티플러스(40+)'는 엄마에게나 아기에게 좀 더 건강한 출산을 선택하고자 했고 '자연분만', '재왕절개', '자연주의' 중 10개월의 동행 기간동안 산모와 아기가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하기로 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다큐멘터리 방송을 좋아했고 그렇다보니 사실 이미 오래전에 '자연주의' 출산을 알고 있었고, 나중에 결혼 후 아이를 갖게 되면 아내에게 자연주의를 제안해 볼 생각이기도 했었다.

아내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익숙치 않은 출산 방식이고 보험 적용 유/무 등의 이유로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혹여나 주변으로부터 유별나다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되어 나에게조차 매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으나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동의한 나의 반응에 매우 당황스러워 했다.

나의 '자연주의' 선택은 이로써 우리의 선택이 되었다.

그런데 내가 다큐멘터리를 본게 언제였더라...
얼핏 기억나는 것으로는 남편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이었고 나는 그 어떤 출산의 방식에서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은게 있냐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사실 매체에서는 '산모'와 '아기'에게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남편의 역할을 세세하게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다.

'자연주의'를 선택하고 출산 전 총 2회에 걸쳐 교육도 받으러 가게 되었고, 방대한 PPT 자료와 영상 그리고 모형을 통한 출산 과정 등을 배웠다.

집에서는 매일 저녁 아내와 함께 4km 이상씩을 걸었다.
회식이 있더라도, 늦게까지 개인운동(축구)을 하고 왔더라도, 아내와 아기를 위한 매일의 산책은 쉰 적이 없었다.

엄마 뱃속에서 지내는 시간 동안 무럭무럭 잘 자라는 것은 기본이거니와 정확한 때에 맞춰 세상에 나와줘야 하기에 아기 스스로 올바른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밖에서는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아기를 돌봐야 하는 엄마 아빠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조산사 선생님께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말은 엄마와 아빠의 사랑호르몬인 '옥시토신'이었다.
아기가 안전하고 부드럽게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이 '옥시토신'이 많이 분비되어야 하고 이것이 엄마와 아빠의 사랑호르몬이라는 것을 아기가 온 몸으로 충분히 느끼면서 나올 때에 아기도 세상으로의 첫 걸음이 행복할 것이라는 말씀에 출산이라는 세상 가장 위대한 과정을 겪고 있는 아내를 존경하고 사랑하며 매순간을 준비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21년 가을의 어느날...
우리 아기는 정말 건강하고 밝게 세상으로 나와주었다.
아내도 건강히 출산의 과정들을 잘 이겨내 주었고 우리의 '자연주의' 출산은 그렇게 감동과 환희 속에서 좋은 끝맺음을 할 수 있었다.

출산 후 나는 새로운 부업을 제안 받았다.
조산사 선생님께서는 정말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아빠! 너무 잘한다.
'둘라'해도 되겠어.
긴장도 안하고 너무 완벽하게 잘해줘서 솔직히 내가 할게 없었다.

'둘라'
이 이야기는 다음에 짧게 다시 나누어보고자 한다.
이 영역(?)도 생각만큼 간단치 않아서이다.

그렇게 나는 생애 첫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하고서  눈으로 보고 배우며 아내와 아기를 건강히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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